지역 혁신과 KBS진주방송국의 역할
정재준┃KBS진주방송국장진주농민항쟁
60년간 안동 김씨 세도 정치로 백성들에 대한 수탈이 극 에 달했던 1862년. 진주의 몰락한 양반과 농민들은 지역 관리들의 가혹한 수탈에 반발하며 제도 개혁과 수탈 금 지를 요구하는 봉기를 일으킵니다. 진주관아와 경상우 병영이 함락되고 관리들의 약속 문서를 받은 농민들은 10여 일 만에 자진 해산합니다. 진주에서 불붙은 농민항쟁은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로 확산됩니다. 이후 조선 조정은 전정, 군정, 환정의 삼정 개혁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며 동학농민혁명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가 됩 니다.


진주 형평운동
조선을 강점한 일제는 식민 지배를 위해 봉건적 신분제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백정 을 비롯한 신분제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철폐됐지만 실질적으로 존속되고 있었던 겁니다. 백정에 대한 각종 차별과 박해도 여전했습니다.
이 같은 신분에 대한 불만은 차별 철폐와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집니다. 1923년 4월 25일 진주. 백정과 양반 등 80여 명이 형평사를 만들어 신분 해방 운동에 나섭니다. 형평운동은 백정의 신분 해방 운동이자 인권운동이었지만 민족해방운동으로도 이어지게됩니다.
KBS 본사 차원에서 지역방송국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과정 속에서
지역방송국의 공적 역할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지역 혁신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과 함께 실천이 필요합니다.

진주 혁신도시 야경
진주 혁신도시와 지역 혁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은 7~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시작으로 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극복하 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성장의 과 실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역은 소외되는 양극화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지방분권을 정부 주요 정책으로 선정한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국에 10개의 혁신도시 건설을 결정합니다. 각 지방정부 내 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혁 신도시 유치에 나서게 되고, 경상남도는 경남의 균형발전, 즉 낙후된 경남 서부권 개발을 위해 혁신도시를 진주에 건설하기로 결정합니다. 2011년 착공한 진주 혁신 도시는 2015년 말 완공됐습니다.

개발 10년이 되어가는 혁신도시는 진주를 비롯한 경남 서부권의 혁신을 이뤄냈을까? 2019년 기준 혁신도시 인구는 만 명이 늘고, 11개 공공 기관이 낸 지방세가 790억 원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도시를 만든 취 지, 즉, 서울과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균형 발전 의 거점 도시이자 산업 혁신을 통한 장기 발전 토대까지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진주는 조선 왕조의 폭정에 항거하고 개혁을 요구한 농 민 항쟁의 본거지이자 백정들의 신분 해방 운동이 전개 된 혁신의 도시입니다. 지방분권, 지역 균형 발전을 위 한 혁신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언론은 어 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KBS진주방송국의 역할 현재 한국의 언론은 위기 상황입니다. 언론 본연의 역할 인 감시자와 비판자 역할을 충실히 하는지 국민들로부 터 믿음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으로는 더 큰 문제입니다.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통칭되는 새 플랫폼 에 광고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재정의 위기는 권 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언론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됩니다. 서울과 수도권보다 지역 언론이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서울이 감기에 걸린 상태라면 지 역은 중환자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지역방송국 의 역할과 책임에 관심이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KBS 본 사 차원에서 지역방송국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과정 속에서 지역방송국의 공적 역할은 무엇인지, 앞으 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지역 혁신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과 함께 실천이 필요합니다.
KBS진주방송국은 먼저 언론 본연에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비판자와 감시자의 역할입니다. KBS본사는 지 난해 11월 시범 사업에 이어 올해 2월부터 저녁 7시 뉴 스 편집권(월~목)을 전격 지역으로 넘겨줍니다. 방송국 사상 초미의 일입니다. 이로써 기존 5분을 하던 지역 7 시 뉴스는 40분으로 늘어났습니다.
뉴스 시간이 늘어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1분 20초 짧은 뉴스는 3분에서 4분으로 길어졌고, 10분 에 달하는 심층 뉴스도 생겨났습니다. 좋은 아이템을 만 들려는 기자들의 노력도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예를 들 어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남강 마지막 비경을 지 켜라. 자전거 도로 논란’>, <남해 독일마을 ‘역차별 받 164|진주평론 창간호 ┃MEDIA REVIEW┃칼럼┃정재준┃ 정 재 준 는 것 같아요’>, <사천 해양쓰레기 투기… 검사 없는 허 점 노려> 등이 심층 뉴스로 보도됐습니다.
소통의 장이자, 여론 형성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입 니다. 전문가와 단체장, 시민들이 7시 뉴스에 출연해 서 부권 현안에 대해 10분 동안 깊이 있는 의견을 내놓을 것 입니다. 진주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2월 당시 조규일 시장이 출연해 시의 방역 대책 및 시민 당부사항 등을 설 명했고, 서부권 공공의료 확충에는 정백근 경상대의대 교수,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의 통합 논 의에는 권순기 경상대 총장, 항공산업 위기 문제는 황태 부 비상대책위 단장, 하동 화력발전소 소음피해 배상과 관련해서는 전미경 주민대책위 대표가 출연을 해 관련 현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라디오 시사기능을 강화합니다. 주요 이슈와 취재 사안 에 대한 의제화를 추진하고, 지역 전문가 출연을 통해 다 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라디오 방송 시간이 TV 뉴스 시간보다 많은 만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재난방송주관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겠습니다. 현 재 자연 재난과 사회 재난은 국가적 대응 차원이 있고, 국지적 재난은 지역에서 재난방송을 주관합니다. 경남 서부권은 지리산과 남해안을 끼고 있어 재난 상황이 발 생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창원총국에서 키를 잡고, 지 역 재난 내용과 대응 요령 등 재난 관련 뉴스와 정보를 경남 전역에 신속히 보도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미디어 교육의 장이자, 문화 행사 활성화에 노력 하겠습니다. KBS진주방송국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디지털 교육의 장소로 만들겠습니다. 지역민과 지역학 생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학 등과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또 20년 전통의 「진주 가요무대」와 사천 「국악관 현악관 공연」 등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경남 서부권 혁신과 발전에 KBS진주방송국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공영방송의 무거운 책임감도 가슴속에 담아두겠습니다. 지역민들의 관심 과 질책 등도 겸허히 받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