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뉴노멀 시대의 축제 표준’
축제는 언제나 삶 그 자체였고 전쟁 폐허에서도 새롭게 태어났다.
하비콕스는 저서 ‘바보제’에서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 축제하는 인간)이라 하지 않았던가.
축제의 본성과 그것을 즐기는 원초적 인간의 삶이 계속되는 한,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축제의 새로운
표준으로
사람들이 열광하고 서로 위로하는 장을 만들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김주호┃배재대학교 관광축제리조트경영학과 교수
전쟁이다. 사망자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44만 명이 넘는다. 미디어에서 연일 전 세계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실시간으로 집계하여 보도하고 있다. 6월 16일을 기준으로 미국 내 코로나 감염자 사망자 수는 총 11만 6,854명으로 1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 수 11만 6,516명을 넘어선 수치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코로나 이전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이미 주변 이곳저곳에서 일상의 모습이 바뀌어 간다는 것을 발견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문구가 익숙해졌다. 비대면, 언택트 등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고 실제 이를 실현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다.
항간에 BC(Before Corona 코로나 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 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대전환점의 시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더 이상 과거의 표준이 통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 표준이 세상 변화를 주도하는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 시대가 개막하였다고 한다. 경제, 경영 쪽에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펼쳐진 저성장, 저금리, 고규제 경제 환경을 대변하면서 생긴 십여 년 전 용어이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지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과거의 패러다임이 무너졌다.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언급하던 뉴노멀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제 우리에게도 피부로 전해졌다. 그 변화를 느끼고 있어 이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단어가 되었다. 뉴노멀. 강자가 지키던 표준의 문이 코로나 사태로 열렸으니 누구라도 달려 나가 표준의 새로운 깃발을 세우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뉴노멀 시대에 비대면과 탈세계화, 불확실성의 최소화 전략 등의 특징을 띨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의 사태로 인해 축제는 발붙일 곳이 없다. 뉴노멀 시대를 예측하면서 첫 단어가 비대면이다. 사람들은 모이지 말 것이며, 접촉은 더더욱 안 되는 금기로 여겨진다. 비교적 저렴한 투자로 빈약한 자원을 보유한 지역에 일시적이지만 폭발적인 경제 활성화를 제공하였던 축제가, 경제적 부담은 적으면서 만족도 높은 문화관광의 체험 기회를 대중에게 제공하던 축제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어려운 얘기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과연 그럴까? 축제가 지닌 원초적 기능에 대해 간과한 면이 있다. 진주의 개천예술제는 1949년 10월 3일 처음 개최되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 열리지 못하였으나 이듬해 개최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축제는 온라인과 언택트를 거부한다.
축제는 혼자서 화면을 보고 즐길만한 것이 아니다.
상처가 깊을수록 공동체는 서로 위로하고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결속의 행위로 축제를 통해
더욱 가까워지려 할 것이다.서로 어깨와 어깨가 부딪히고
눈을 마주치는 접촉의 행위가
일 년 중 가끔 허용되는 비일상으로서
특별함의 의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충남 부여에서는 휴전 2년 뒤 1955년에 백제문화제가 수륙제가 중심이 되어 열렸다. 죽은 영혼을 달래는 불교의식을 축제 형태로 변환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 중심도시 에든버러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년 뒤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열리며 8월에 집중 개최되는 에든버러 축제기간의 시발점이 되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도 않은 시기에 축제라니.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 인간과 축제와 삶은 늘 같이 있었다.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축제와 떨어져 산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지금은 무서운 코로나 때문에 참지만 언제가 주체할 수 없는 삶 속으로, 축제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축제에 대한 인간의 본능은 고전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서양의 고전 중 고전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트로이의 전쟁영웅 오디세우스가 10여 년간 떠돌다 귀향하기 직전 알키노스 왕이 다스리는 섬에 다다른다. 왕의 환대 속에서 펼쳐진 축제를 바라보며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음식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 칭했다. 전쟁에 지친 영웅의 말을 되새겨 본다면 전쟁이 끝난 직후 열린 축제가 낯설지 않다.
축제는 온라인과 언택트를 거부한다. 축제는 혼자서 화면을 보고 즐길만한 것이 아니다. 상처가 깊을수록 공동체는 서로 위로하고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결속의 행위로 축제를 통해 더욱 가까워지려 할 것이다. 서로 어깨와 어깨가 부딪히고 눈을 마주치는 접촉의 행위가 일 년 중 가끔 허용되는 비일상으로서 특별함의 의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진주남강유등축제. 부교를 건너고 있는 관광객 [출처 : 진주문화예술재단]
고대부터 최근까지 봐 왔던 것처럼 축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희소한 축제에 더욱 목말라한다는 희망을 전제하고 앞으로 열리는 축제의 표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코로나 감염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통제할 수 없다면 뉴노멀의 표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축제의 표준은 ‘안전’이다.
축제에 대한 열망은 크나 아직 가시지 않은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주저하는 축제 수요자들에게 안전한 축제라는 인식을 무엇보다 강하게 심어줘야 할 것이다. 사실 안전은 십여 년 전 축제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강화되는 듯했으나, 실상 임시 축제시설에 대한 견고성과 화재 예방 차원의 행정지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는 비용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빠듯한 재정에 지역사회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개하는 축제에 촘촘한 안전체계는 비용의 상승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제 안전이라는 축제 콘텐츠를 개발할 시기가 뉴노멀 시대에 도래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치 프로그램을 짜듯 연령과 방문객의 성향을 세분화하여 표적시장에 맞는 안전 콘텐츠의 표준을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조절’과 ‘적정’이다.
뉴노멀 이전 시대의 축제는 양적 성과가 우선이었다. 많은 방문객, 많은 프로그램, 큰 주차장 등 아무튼 크고 많은 것이 대우받던 시대였다. 관광에서는 이로 인해 오버투어리즘이 대두되었다. 축제도 수용 능력을 넘은 방문객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불편이 혜택보다 많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적정 방문객의 유치는 쾌적한 축제환경을 만들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으며 보다 긴 체류시간과 늘어난 소비지출을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조절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간과되었던, 체계적이지 못했던 축제장의 동선은 적정한 인원이 거리를 두고 이동하도록 조절해야 할 것이며 촘촘하게 붙여놓았던 구조물은 비교적 여유롭게 간격을 조정해야 한다. 시루 속 콩나물마냥 배치한 무대 앞 좌석도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축제장은 출입구와 함께 명확하게 구획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경영’과 ‘콘텐츠의 질(質)’이다.

축제가 그동안 했던 축제장의 동선은
적정한 인원이 거리를 두고 이동하도록
조절해야 할 것이며
촘촘하게 붙여놓았던 구조물은
비교적 여유롭게 간격을 조정해야 한다.
시루 속 콩나물 마냥 배치한 무대 앞 좌석도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축제장은 출입구와 함께
명확하게 구획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적정한 방문객 유치와 축제장의 조절은 방문객의 감소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실리적으로 본다면 방문객 감소는 축제 수익의 감소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충남 보령의 머드축제에서 철망을 치고 머드체험장을 유료화하던 첫해 축제장 입장객의 감소가 있었다. 확인 결과 방문객의 만족도와 함께 유료화로 인한 수익 창출이 나타났고 지금까지 폐쇄형 유료화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 경영 관점의 축제 접근을 요한다. 이를테면 축제 표적시장을 보다 세분화하는 마케팅을 전개하여 방문객 수는 줄지만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즐기지도 않는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적지만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반드시 올 수요자에 집중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질적으로 우수해야 한다.
비대면, 온라인, 비접촉, 언택트 등 코로나 사태와 함께 등장한 용어들은 축제와 함께 살아온 우리에게 코로나만큼 두렵다. 그러나 축제는 언제나 삶 그 자체였고 전쟁 폐허에서도 새롭게 태어났다. 하비콕스는 저서 ‘바보제’에서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 축제하는 인간)이라 하지 않았던가. 축제의 본성과 그것을 즐기는 원초적 인간의 삶이 계속되는 한,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축제의 새로운 표준으로 사람들이 열광하고 서로 위로하는 장을 만들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김주호 배재대학교 관광축제리조트경영학과 교수┃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현장평가위원┃사)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 이사┃사) 한국문화관광포럼 이사┃사) 한국문화재콘텐츠활용센터 이사